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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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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각된 힘, 캡틴마블(2019) ​ ​ 몇 년 전 재밌게 봤던 원더우먼은 핫팬츠를 입고 세팅된 긴 머리와 예쁜 얼굴로 열심히 싸웠다. 그 때의 나는 그 영화가 잘 싸우는 여자가 주인공이었고 재밌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좋은 영화라고 추천하고 다녔다. 이제서야 나는 왜 원더우먼이 그렇게 예쁜 모습으로 싸웠는지에 의문을 가진다. 캡틴마블은 정돈되지 않은 머리, 온 몸을 감싸는 수트, 화장기 없는 얼굴로 소리를 지르며 싸운다. 그 어느 때보다 자연스럽고 멋진 영웅의 모습이다 “I have nothing to prove to you.” 색안경을 쓰고 정해진 역할을 해 내길 바라는 사람들에게 애써 증명할 것은 아무 것도 없다. 이동진 평론가의 말을 빌려 허락된 힘이 아닌 자각된 힘, 캡틴 마블뿐만 아니라 모두가 본인의 힘을 자각하고 올바른 곳에 그..
리틀 포레스트 ​​ "배가 고파서" 서울에서의 생활을 접고 시골로 왔냐는 은숙의 물음에 혜원이 대답한다. 도망치듯이 떠나온 데에는 물론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혜원을 움직이게 한 진짜 원인은 그 이유들로부터 비롯된 결핍과 공복이다. 시험준비와 알바로 여유가 없는 생활에서 혜원은 삼각김밥과 도시락으로 끼니를 때운다. 순간의 배고픔은 채울 수 있으나 단지 그뿐인 것이다. 제대로 된 식사는 따뜻하고 풍족하다. 준비하는 과정 속에서의 정성과 사랑, 누군가와 함께하는 온기라든지. 그래서 혼자 나가 사는 사람들이 지치거나 힘들 때 하나같이 '집밥'을 그리워 하는 게 아닐까. 대학교, 대학원, 그리고 치열했던 취준 시기를 거치는 동안 나는 몇 번이고 집밥을 찾아 집으로 향했다. 햇반이나 노랗게 눌어붙은 밥이 ..
코코 요즘 여유가 통 나질 않는 터라 '코코'라는 영화가 새로 개봉한 줄도 몰랐는데 친구가 이야기 해 준 덕분에 코코를 보게 되었다. 디즈니 영화야 뭐, 아무리 재미없어도 중박 이상은 하니까 티켓값은 하겠지 싶었는데 영화를 보고 나니 잘 봤다는 생각이 들었다. 꽤 재미있었고 나름대로의 교훈도 있었고. 부모님께 이 영화를 보고 간다고 이야기를 하고 다녀왔는데, 아버지가 영화 소개 프로그램에서 마침 또 보셨는지 '신과 함께'와 비슷한 영화가 아니냐고 물으셨다. 처음에는 잉? 했는데 생각해보니 둘 다 사후세계, 저승을 다루고 있다는 점은 같구나 싶었다. 요즘 이런 소재가 인기인가? 본격적인 '코코' 영화 시작 전에 겨울왕국 올라프의 어드벤처였던가. 아무튼 크리스마스에 벌어지는 겨울왕국 이야기를 담은 애니메이션이 나..
코코 OST Remember me 겨울의 왕국도 그렇고 디즈니는 OST를 정말 잘 뽑는 것 같다. 코코 OST는 다 주옥 같지만 가장 좋았던 것은 아무래도 Remember me였다. 특히 침대에 앉아 있는 코코를 바라보며 헥터가 불러주는 Remember me란, 딸에 대한 아빠의 사랑이 너무도 제대로 느껴져서 뭉클했다. 최고의 자장가 아닌가 정말. 영화를 보면서 노래 가사가 참 좋다고 생각했는데, 우리말로 번역된 것을 보니 또 그 느낌이 안 산다. Remember me, though I have to say goodbye Remember me, don't let it make you cry For even if I'm far away I hold you in my heart I sing a secret song to you each ni..
1987 영화가 제작된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부터 많이 기대했고, 개봉 후에는 꼭 봐야지 생각했는데 드디어 보게 된 1987. 혼자였다면 진작 영화를 보고 왔을테지만 부모님께서도 꼭 보고싶어하시는 영화라 가족들 모두가 시간이 될 때를 기다리다보니 오늘에서야 영화를 보게 되었다. 개인적으로 역사를 왜곡 없이 다룬 영화(군함도 같은 영화는 패스하고 싶다)는 보다 많은 사람들이 봤으면 하고 흥행하길 바라는 마음이다. 몇 달 전 보았던 택시운전사는 상업영화이다보니 아무래도 흥행을 노린(?) 요소들이 많았지만(물론 영화는 좋았다) 1987은 정말 담백하게 1987년 그 당시를 그리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독립운동이라든지 민주화운동을 다룬 소재의 책, 드라마, 영화를 보고 있자면 늘 드는 생각이 있다. 만약 내가 그 ..
안녕, 나의 소울메이트 七月與安生 (2017) 시설이 갖추어진 깜깜한 영화관에서 집중한 채로 영화를 보는 것도 좋지만 가끔은 하루를 마무리하며 편한 옷차림과 맥주 한 캔과 함께 하는 영화도 좋다. 새로운 일에 적응하느라, 사람에게 둘러쌓여 지고 온 피곤함을 이기지 못 해 그 좋아하는 영화도 한동안 보지 못했다. 속으로 생각했지. 아- 이런 저런 핑계대고 영화 안 보는 거 보면 나 영화 좋아하는 거 아닌가, 어디서 영화 좋아한다는 소리 하지 말아야지 하고. 11월에 개봉소식을 들었을 때부터 '안녕, 나의 소울메이트' 이 영화는 꼭 봐야지 생각했었다. 안타깝게도 내가 살고 있는 곳은 이런 독립영화(라고 해야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전형적인 상업영화는 아니니까)는 거의 상영을 해주지 않는 편이라 발만 동동 굴렀는데 어느새 옥수수에도 올라와있고. 아무튼..
기대 이상의 수작 토르3: 라그나로크 마블 영화는 그동안 개봉하면 늘 영화관에 가서 봤다 왜? 재밌으니까 그래서 오늘도 기대했던 토르가 개봉했다고 하길래 주말을 맞아 영화를 보러 갔다 마블 영화는 늘 중박 이상은 하지만 오늘 본 토르3은 정말 기대 이상이었다 보는 내내 시원한 액션 장면과 매력적인 캐릭터들을 보고 즐거웠고 스토리도 나름 탄탄했다 ​ ​ 핸드폰을 바꾸면서 조건으로 당분간 비싼 요금을 쓰게 된 터라 현재 멤버십 VIP 덕분에 10월의 토르도 무료로 보게 되었다 남는 한이 있어도 팝콘은 아쉬운 마음 들지 않도록 빅콤보 그러나 너무 달아서 결국 저만큼이나 남겨 왔다 ​ 주인공 토르는 말할 것도 없고 미워할 수 없는 로키 톰 히들스턴은 정말 로키 역할 잘 맡은 것 같다 요리조리 빠져나가는게 얄미우면서도 이해가 가기도 하고 이번 편에서..
2016년 10월 9일 아가씨 OST에 대해 영화 아가씨의 사운드 트랙은 어느 하나 버릴 것이 없지만 특히 히데코와 숙희가 들판을 달리는 장면의 OST가 제일이라고 생각한다 1부와 2부 모두 들판씬이 나오는데 같은 곡인 것 같지만 OST의 분위기에 차이가 있다 1부는 '결혼식' 2부는 '나의 타마코, 나의 숙희' 둘 다 좋지만 1부가 차분하고 정적인 것에 비해 2부는 조금 더 강하고 극적이다 2부의 들판씬은 내가 좋아하는 장면 중 하나인데 영화 내내 옅은 미소 정도만 지었던 히데코가 처음으로 활짝 웃기 때문 모든 걸 다 내려놓고 사랑하는 이와 새로운 삶을 향해 나아가는 마주보며 웃는 히데코와 숙희가 시리도록 예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