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여유가 통 나질 않는 터라 '코코'라는 영화가 새로 개봉한 줄도 몰랐는데 친구가 이야기 해 준 덕분에 코코를 보게 되었다. 디즈니 영화야 뭐, 아무리 재미없어도 중박 이상은 하니까 티켓값은 하겠지 싶었는데 영화를 보고 나니 잘 봤다는 생각이 들었다. 꽤 재미있었고 나름대로의 교훈도 있었고. 부모님께 이 영화를 보고 간다고 이야기를 하고 다녀왔는데, 아버지가 영화 소개 프로그램에서 마침 또 보셨는지 '신과 함께'와 비슷한 영화가 아니냐고 물으셨다. 처음에는 잉? 했는데 생각해보니 둘 다 사후세계, 저승을 다루고 있다는 점은 같구나 싶었다. 요즘 이런 소재가 인기인가?
본격적인 '코코' 영화 시작 전에 겨울왕국 올라프의 어드벤처였던가. 아무튼 크리스마스에 벌어지는 겨울왕국 이야기를 담은 애니메이션이 나오는데 생각보다 꽤나 길다. 겨울왕국을 재밌게 본 터라 나는 재밌게 봤지만, 안 본 사람들은 조금 지루할 정도로 길다. 도리를 찾아서에 나왔던 도요새? 아무튼 그건 짧고 정말 귀여웠는데. 오히려 겨울왕국 쿠키영상을 줄이고, 코코의 쿠키영상을 엔딩에 따로 보여줬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싶었다.
point 1. 가족의 소중함
디즈니의 대부분의 애니메이션들은 '아동'들도 즐겨보지만 '성인'들을 위한 동화라는 느낌이 강하다. 되돌아 보게 되고 반성하게 되는 계기를 마련해준달까. 오래 된 가족의 전통을 이해하지 못하고 본인의 꿈만을 좆고 싶은 미구엘의 반항과 고생 끝에 느끼게 되는 가족의 소중함. 코코 리뷰를 보면 다들 할머니가 보고 싶어진다고 하는데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할머니도, 엄마도, 아빠도 본인의 꿈이 있었고 나처럼 어린 시절이 있었을텐데 우리는 그걸 의식조차 하지 못하고 살 때가 많으니까. 사실 영화 중반부까지는 너무 뻔한 동화구나 생각하고 살짝 지루했는데, 이런 나를 비웃기라도 하듯 나름의 반전이 있었다. 반전은 스포가 될 테니 언급하지는 않겠다. 아무튼 그 스포를 통해서 더 감동 받았달까. 스포도 뻔하긴 한데, 그래도 좋았다.
point 2. 아름다운 사후세계
얼마 전 개봉한 신과 함께 속의 저승은 참으로 살벌하다. 다들 나태지옥에 빠지지 않아야겠다고 다짐할 만큼. 코코 속의 저승은 굉장히 아름답게 그려진다. 이승과 저승을 오가는 길은 꽃잎이 가득 깔린 꽃길이고, 저승은 이승과 다를 것 없이 출입국 사무소도 있고 공연도 하고 경찰도 있고 다 있다. 영화 속 영상이 너무 예뻐 넋놓고 봤다. 저런 저승이면 가고 싶을 것 같기도 하고.
이승과 저승을 오가기 위해서는 사진, 그리고 죽은 자에 대한 기억이 필요하다. 함께 살았던 그 시대의 사람이 가지는 나에 대한 기억. 그것이 저승에서 살아가기 위한 필수 조건이다. 아름다운 기억이 필요한 것인지, 슬픈 기억이 필요한 것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영화를 보며 문득, 내가 죽게 된다면 지금 내 주변에 있는 사람들은 나를 어떻게 기억해낼까 궁금해졌다. 그리고 내 주변의 누군가가 죽게 된다면 나는 그를 어떻게 그리고 얼마나 오랫동안 기억할까 궁금해졌다. 영화에는 다양한 곡들이 흘러나오지만, 영화의 전체를 관통하는 OST는 Remember me라는 곡이다. Remember me, 나를 기억해줘요. 내가 멀리 떠나가 있더라도 나를 기억해줘요. 영화 코코는 나에게 한동안 기억되지 않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