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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E

'해무' 욕망의 끝은 어디인가


해무 (2014)

Haemoo 
7.2
감독
심성보
출연
김윤석, 박유천, 한예리, 문성근, 김상호
정보
드라마 | 한국 | 111 분 | 2014-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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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잔인한 영화를 정말로 못 보는 편이다 (심지어 아저씨는 안봄. 신세계는 눈감고 봄).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무를 영화관에서 봤던 이유는 순전히 덕심(박유천이 주연이니까). 덕심을 계기로 영화를 보았지만, 막상 영화를 보고 나오니 이런저런 생각이 들어 리뷰를 남기지 않을 수 없었다.

 

 

 

영화는 피아노 연주곡과 함께 배 위에서의 선원들의 일상적인 모습과 함께 시작한다. 구체적인 내용은 몰라도 영화 개봉 전에, 이런 저런 영화에 대한 소개 프로그램을 많이 보아서 대강의 내용은 알고 갔는데. 그런걸 알고 영화 첫 장면을 보니 왠지 모르게 처연한 기분이 들었다. 슬프고 아련한 느낌의 피아노곡이 아니라 평화롭기 그지 없는 피아노곡이 나와서 더 그렇게 느꼈을수도.

 


밀항을 하는 조선족들을 태우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전진호 선원들의 모습에서 인간의 바닥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동시에 누구나 그 상황에 놓이면 그렇게 되지 않을까하는 생각도 들었다. 몇몇 사람들은 해무가 사람들의 잔인하고 이기적인 모습을 극단적으로 보여주기 때문에 별로라고도 하는데 나는 오히려 그런 면들을 적나라하게 보여줘서 좋았다(물론 잔인한 장면들이 나올 때마다 어김없이 눈을 감음)


 

 

영화를 보면서 느꼈던 건 서로에 대한 이해같은 건 없는 현실이었다. 선장도 선장 배만 부르자고 밀항을 결심한건 아니고 선원들 생각해서 한 결정임에도 불구하고 선원들 그 누구도 김윤식을 이해하려고 들지 않지. 그나마 선원들과 밀항한 동포들을 이해하려고 애썼던 문성근은 죽고... 선원들도 다른 선원들을 이해하려고 하기보다는 그냥 자기 욕구만 채우기에 급급한 모습을 영화에서 계속 보여줬던 것 같았다.  물론 극한의 상황이었으니 당연했을수도 있지만.

 

 

하나씩 뜯어서 살펴보면 먼저 전진호는 현실세계를 옮겨닮은 제한된 공간인 것 같았다. 그리고 그 현실에서 선원들은 각기 다른 욕구를 추구하는 인간들이고. 먼저 선장은 망가진 자신의 실제 가족이 아닌 전진호의 선원들에 대해서 가족애를 느끼며 전진호라는 배에 대한 욕구(물질?)를 강하게 보인다.  그렇기 때문에 마지막에는 동식이와 싸웠던 것도 잊고 배는 살리자고 소리치게 되는게 아닐까. 결국 배를 지키면서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갑판장은 영화 처음부터 끝까지 선장의 말에 복종하는 역할인듯 하다. 처음에 밀항하는 것에 대해서 다른 선원들은 잘못되면 감방에 가지않냐고 불안해하지만 갑판장은 선장이 준 돈에 대해서 크게 의문이나 불만을 가지지 않고 받고 선장이 시키는 일에 대해 어떤 불만도 내지않고 순응한다. 그랬기 때문에 마지막에 갑판장을 죽임으로써 동식이가 홍매와 자신을 선장으로부터 지키기 위해 더 적극적으로 행동할 수 있게 된 거라고 생각한다.
 

 

이희준 역할의 경우에는 처음에 이희준이 지나치게 성욕에 대한 집착을 드러내서 과하다고 생각했는데 영화를 보고 생각해보니 이해가 갔다. 조선족들이 어창에서 죽은걸보고 그들을 토막내서 바다에 던지는 상황자체가 선원들에게는 극한의 상황이었고 이러한 상황에서 기관장(문성근아저씨)은 바로 미쳤지만 이희준은 그 불안함을 성욕이라는 극단적인 형태로 표출했기 때문에 마지막에 더더욱 누가봐도 여자에 환장한 사람처럼 그려진건 아닐까 싶다.


 
청불등급을 받게 하는데 일조?한 배드신은 솔직히 기대이하였다. 이게 무슨 배드신이라고......... (배드신 기대한거 아닙니다. 저 박유천 팬이니까요). 왜 영화에서 뜬금없이 그 장면에 배드신이 나오게 된거냐고 뭐라고 하는 사람들도 있던데. 나는 그 장면에서 배드신이 나온게 좋았다.  홍매 입장에서는 자신들과 배를 탄 동포들이 처참하게 죽는걸 목격한데다가, 자신도 생명의 위협을 받고 있고. 동식이의 입장에서도 가족이나 다름없는 선원들이 극단의 상황에서 어떠한 선택을 하게 되는지를 두 눈으로 목격했으니까, 그 상황에서 살아있음을 느끼고 서로를 위로할 수 있는 방법으로 그게 최선이었던 것 같다.

 


결말은 조금 아쉬웠다. 난 해피엔딩 성애자라서 마음 한 켠에는 동식이랑 홍매가 잘 사는 모습을 기대하였지만. 영화 맥락상 그렇게 결말이 났으면 오히려 실망했을 것 같다. 그 둘이 계속해서 함께한다면 전진호에서 있었던 일들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테니까. 각자에게, 그리고 서로에게 일어났던 끔찍한 일들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라도 홍매가 동식이를 떠나는게 맞았다고 생각한다.

 

 

연기에 대한 평은... 솔직히 유천이가 드라마나 영화 할 때마다 걱정되는게 사실이긴 하지만. 해무에서만큼은 괜찮았다고 본다. 크게 거슬리지 않았으니까.. (팬이라서 그런건가요?) 아무튼 나름 괜찮은 영화였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