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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DING

재은_낯선하루

지난 달, 부산에 있을 때 일부러 찾아서 방문했던 '북그러움'이라는 독립서점. 시중에서 판매하는 책들은 인터넷으로도 쉽게 구할 수 있으니까. 여행지에 독립서점이 있으면 알아보고 가는 편이다. 낯선하루, 적게 벌고 행복할 수 있을까, 원래 그렇게 말이 없어요? 세 가지 책을 구입했었는데 바쁜 탓에(핑계임) 낯선하루만 거의 다 읽어가는 중이다. 우선 책이 얇고 가벼워서 읽기가 편해 만족스럽고. 독립서점에서 판매하는 책들은 조금 더 솔직하다. 그래서 좋다. 


특히 첫 작품인 '나는 그녀의 치아를 사랑해'를 읽으면서 f(x)의 첫사랑니를 들었을 때 정도의 쇼크를 받았다고 해야 하나. 읽으면서 섬세한 표현에 굉장히 놀랐다. 



그녀의 삐뚤빼뚤한 치아가 좋았다. 입 맞출 때 계단을 오르내리듯 가지런하지 못한 치열을 하나하나 훑으면 지루할 틈이 없었다. 나도 모르게 빠져들었다. 눈을 감고 집중하기 시작하면 그 감각만이 선명해서 나는 언젠가는 혀끝으로 그녀를 다른 여자들과 구분할 수 있게 되리라 확신했다. 

어쨌거나 부기는 점점 가라앉고, 그녀는 돌아왔고, 우리는 헤어졌다. 나는 그녀에게 이별을 고했다. 아니, 그녀의 치아에 이별을 고했다. 대부분의 치아가 제자리에 있었지만, 가장 야릇하고 수상한 치아가 반듯해져있었다. 눈을 감고 그녀를 그리다가 어느 순간 그럴 수 없게 되었다. 헷갈렸다. 이렇듯 자꾸 변해버린다면, 나는 더 이상 그녀를 다른 것들과 구분할 수 없게 되어버리겠지 않는가.
그녀의 모든 불완전함을 사랑했지만, 이렇게 점점 반듯해져 버리는 건 겁이 났다. 무엇이든 스스로 가진 시간을 넘어서 교정되고 새로워진다면 괴롭지 않을까. 그렇다면 그들은 대체 어디로 사라지기에. 떠나는 것들에 면역이 없는 나는 그 자리에 남아 뼛속 깊이 외로움을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