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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ILY

70%의 확률로 내게 얼굴을 보여준 너를 응원해

자고로 회사 생활의 권태기는 3,6,9의 배수로 온다고 했던가. 개월을 넘어서 이제 3년이 갓 넘은 지금, 같은 업무와 비슷한 환경에 놓여있다보니 업무 자체에서 오는 매너리즘에 빠지고야 말았다. 그렇다고 매일 인터넷 쇼핑을 해서 받는 택배로 나의 이 마음을 달랠 수는 없지 않나, 새로운 자극과 재미가 될 만한 것을 찾다보니 사무실 곳곳에 놓여 있는 화분들이 보였다. 작년에 꽃집에서 사, 한 때 꽃을 피우고 방치해두었던 나의 화분에서 새로운 싹이 날 수 있도록 조용히 가꾸어주었던 다른 직원을 보고 자극을 받은 것이다. 이제 추운 겨울도 지나갔겠다! 다가올 봄, 사무실에 나의 반려 식물을 길러보겠다는 소박해보이지만 어려운 다짐을 했다.

다짐을 한 날, 점심시간에 바로 회사 근처 다이소로 갔다.

다이소에서 기르기 쉽다는 바질과 라벤더 화분을 샀고 설명서에 쓰여진 대로 씨앗을 심었다. 그런데 이게 웬 일, 정성스레 심은 씨앗들은 도무지 내게 싹을 보여주지 않았다. 역시 다이소인가... 다이소에 대한 불신으로 가득찬 나날, 과장님이 지나가다 보시며 이런 화분에는 비닐을 씌워 습하게 해 주면 된다는 말씀을 해주셨다. 그 말을 듣자마자 화분 위를 비닐로 덮고 고무줄로 밀봉하여 기다렸지만 싹은 여전히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아무래도 싹을 심고 물을 주면서 섬세한 쪼꼬미 씨앗들이 흙 속으로 떠내려가버린 것 같았다. 결국에 며칠을 기다려도 보이지 않길래 그 화분에 새로운 씨앗을 심겠단 생각으로 다이소로 또 향했다. 그리고 허브 씨앗 3종을 구입해왔다. 허브딜, 레몬밤, 페퍼민트 씨앗! 이번에는 블로그로 여러가지를 검색한 후라, 바로 화분에 심지 않고 락앤락 통에 물에 적신 키친타올을 깔고 그 위로 씨앗을 뿌렸다. 그런데 이게 웬일! 정말 씨앗발아하는 것이 효과가 있었는지 씨앗에서 싹들이 자라나기 시작했다. 

(발아 순서는 허브딜, 레몬밤, 페퍼민트였다. 아무래도 씨앗이 큰 순서대로 발아한 듯 🙄)

 

그리고 며칠 뒤, 기대하지 않았던 바질 화분에서 싹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이게 무슨 일이야. 귀여운 내 새싹 🌱🌱🌱🌱🌱🌱앞으로도 잘 자라주길 바라. 

 

그리고 오늘은 키친타올에서 발아한 새싹들이 너무 커 뚜껑에 닿으려고 하길래, 새로운 화분을 구입해서 심어줬다. 레몬밤의 씨앗발아 확률은 70퍼센트. 백퍼센트가 아니라 30퍼센트의 위험을 무릅쓰고 나에게 얼굴을 보여준 새싹들에 감사한다. 아침마다 출근해 오늘은 얼마나 자랐는지 보는 재미가 아주 쏠쏠하다. 내일은 또 얼마나 자란 모습으로 내게 인사해줄지 기대된다.